
연구실을 넘어 학술대회로 간 AI
디지털 인문학자가 바라본 AI 통역의 가능성
59개국에서 약 800명이 참여한 국제 학술대회에서, AI 통역은 ‘통역’을 넘어 연구자들의 ‘참여’를 어떻게 바꿀 수 있었을까요?
2026년 열린 디지털 인문학 국제학술대회 DH2026에서는 최대 11개 세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AI 실시간 통역 솔루션 EventCAT이 실제 현장에 도입됐습니다.
이를 직접 도입하고 운영한 사람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정보학 조교수 김병준 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을 연구와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으며,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디지털 한국학 연구와 교육 방법론도 개발해 왔습니다.
김 교수에게 AI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체험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연구와 교육에 직접 적용하며 그 가능성과 한계를 검증하는 하나의 연구 도구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AI 활용 경험은 연구실을 넘어 국제 학술대회 현장으로 이어졌습니다. DH2026에서는 AI 통역을 발표와 질의응답뿐만 아니라 공연과 환영 행사에도 활용하며, 참가자들의 언어 장벽을 낮추고자 했습니다.
약 2년간 여러 AI 통역 솔루션을 직접 테스트하고 DH2026에서 실제 운영까지 경험한 김병준 교수에게 AI 통역을 선택한 이유부터 현장에서 확인한 가능성까지 들어봤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준입니다. 이번 DH2026에서 AI 통역을 도입해 다국어 환경에서도 참가자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학술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이전에는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센터에서 연구교수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디지털 인문학과 전산사회과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평소 연구와 교육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저는 연구와 교육 모두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문학 작품 분석과 같은 전통적인 인문학 연구뿐만 아니라, 바이브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기술을 실제 연구에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AI를 무조건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보다는,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학생들의 AI 구독 비용을 지원하거나 Claude Max와 같은 서비스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학생들이 AI를 직접 활용하면서 그 가능성과 한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AI가 연구와 교육 현장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과거에는 책이나 논문을 직접 찾아가며 공부했다면 이제는 학생들이 생성형 AI에게 언제든지 궁금한 질문을 던지고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AI가 사용자의 전문성을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역량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AI에 의존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요, 단순한 행정 업무나 문서 작업에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제가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 핵심적인 연구에서는 직접 중심을 잡으려고 합니다.
DH2026에서 AI 통역을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영어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연구를 발표하고 싶은 연구자들에게도 발표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AI 통역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DH2026은 매년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인문학 국제 학술대회로, 이번 대회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조직위원회는 다국어 환경에서도 연구자들이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공식 발표 언어는 영어였지만 모든 연구자가 영어를 가장 편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연구와 견해를 보다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AI 통역을 도입했습니다.

실제 행사에서는 AI 통역이 어떤 상황에서 활용됐나요?
학술 발표뿐만 아니라 한국 가수의 공연과 판소리, 환영 행사, 사회자의 안내와 멘트 등에서도 실시간 자막을 제공했습니다.
처음에는 학술 발표와 질의응답을 중심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운영을 해보니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한국어로 진행되는 공연이나 행사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AI 통역을 단순히 발표를 위한 통역 도구로만 생각했다면 예상하기 어려웠던 활용 방식이었습니다.
국제 학술대회에 처음 AI 통역을 도입하면서 우려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고민은 실제로 믿고 사용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국제 학술대회에서 통역은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참가자 간의 질문과 답변까지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통역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DH2026 개최가 결정된 이후 2024년도 부터 약 2년 동안 AI 통역 솔루션을 직접 테스트했습니다. 실제 학술대회에서 사용해보고 다른 행사에서도 직접 테스트하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았습니다.
현장 운영에 대한 부분도 중요했습니다. 국제 학술대회는 온라인 서비스와 달리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이벤트캣이 한국에서 실제 담당자가 현장에 와서 세팅과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선택 과정에서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DH2026에서 AI 통역이 가장 유용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질의응답 시간에 가장 많이 활약했던 것 같습니다.발표는 사실 언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발표 자료를 만들고 내용을 반복해서 연습하면 영어로 발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질의응답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발표가 끝난 뒤 참관객들은 궁금한 점을 즉석에서 물어보고, 그 질문을 받은 연사는 그 자리에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영어로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통역 자막은 참관객과 발표자가 걱정 없이 자신의 언어로 실시간 질의응답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생각합니다.

AI 통역을 활용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국제 학술대회인 만큼 발표자 이름, 초록에 실린 다양한 단어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고유명사들을 잘 인식해서 통역 자막으로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완벽하게 단어들을 인식하지는 않는 거 같아서, 이 부분은 앞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최근 한국학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AI 통역은 이러한 흐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I 통역과 번역 기술은 한국학에 대한 언어적 접근성을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학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학술적인 정보나 연구 자료는 한국어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문 자료를 제외하면 다른 언어권의 연구자나 학습자들이 한국학 관련 자료에 접근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점에서 AI 통역과 번역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한국학 관련 연구와 자료를 접할 수 있다면, 한국학을 배우고 연구할 수 있는 범위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단순히 언어를 번역하는 것을 넘어 한국학의 전문 용어와 맥락까지 잘 이해하는 AI라면 더욱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한다면 한국학에 대한 관심을 실제 학습과 연구로 이어지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I 통역은 앞으로 국제 학술대회의 언어 장벽을 어디까지 낮출 수 있을까요?
사실 지금도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AI 통역이 영어의 중요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국제적인 연구 공유를 위해 발표 자료나 초록 등을 영어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AI 통역은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AI 통역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만 국제적인 연구 교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기술이 바꾸는 것은 ‘통역’이 아니라 ‘참여’일지도 모릅니다.”
김병준 교수는 인터뷰에서 AI 통역이 특히 질의응답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DH2026의 사례는 AI 통역이 단순히 영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기술을 넘어, 더 많은 연구자가 자신의 언어로 발표하고 질문하며 학술 교류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AI 통역이 전문가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연구에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나아가 한국학이 더 많은 언어권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학술 인프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XL8은 언어의 장벽을 낮추고 더 깊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벤트캣은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와 환경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언어의 제약 없이 참여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